오래된 기억..

오래된 기억..

★쑤바™★ 11 3,830
아무렇게나 질척하게 늘어진 흙길을 따라...
정신없이 걸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듯한..
무너질듯한 담장길을 돌아..
싸늘한 삭풍이 훑어내리는 깨진 기왓장을 얹은 그집에선..

저 혼자 붉어서 터져버릴 듯한 꽈리가....
앙상하게 메마른 가지에 촘촘히 앉아서...
거걱 거리는 붉은 아가리 벌린 채...
혼자만 붉다. 혼자만.

회색 먼지가 가라앉은...
오래된 나무마루에...누군가 앉은 흔적만 있고..
호흡하는 것들은 사라진지 오래.

창호지가 다 찢어진 오래된 여닫이문.
삐걱삐걱..소리만 요란하고..
빈 방안에선 어두운 운무만 뿌옇다.

너무 넓어서 어디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막 자란 억센 풀들이 난무하는 앞마당에는..
오래된 빈 우물이..
속 깊은 울음을 카랑카랑 토해낸다.

돌 틈 사이사이에 낀....
검붉은 이끼들은..
빈 우물 내려다보는 나에게도..
너무 축축하고 음습하다.

금방이라도..
가느다랗고 하얀 손이 아래로부터 거슬러와서...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놓지 않을것같다.

어딘가에선...
출처를 알수없는 구슬픈 피리소리도 들린다.

그 집은 너무 넓었다.

안채도 있었고 사랑채도 있었다.
툇마루도 있고 마당도 있고 나무도 있다.
우물도 있고 곳간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살지 않는다.

그저...
세상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호흡했었던 어떤이의 흔적만..
퀘퀘하게 남아있었을 따름이다.

꽈리는 여전히 아가리를 벌린채 붉게 웃었다.
바람이 불면...또다시 거걱거리며 울지도 모르지.

한적한 강가.
싸늘하게 에이는 찬바람.

버림받은 영혼은...
갈 곳이 없다.

그래서...
강가의 야트막한 짙은 흙더미위에..작은 천막을 치고...
램프등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한 채...
초라한 빈손으로 허기를 채운다.

혼미한 정신으로....
부들거리는 몸과 머리를 부여잡고..
찬바람과 함께 잠을 청한다.

소리없이 나타난 불청객은..
버림받은 영혼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발긴다.

초라한 이는..잠이 들어버려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렇게 자신의 몸이 부서져 내리는걸..
나중에조차 깨닫지 못한다.

어두운 기운은...
그렇게 한 영혼의 온몸에 구멍을 내고..
꾸역꾸역 흐르는 핏물을 사방에 튀겨내며...
굶주린 짐승처럼 자신의 배를 채운다.

사소한 것 하나 얻기위해서...
영혼 하나를 짓밟았다.

그리고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기위해...
그 작은 공간에 불을 지른다.

불길은...새빨간 혀를 낼름거리며...
모든 흔적을 지운다.
핏물도 지우고..널부러진 몸뚱어리도 타들어갔다.

그렇게..허무하게 생이 끝나버렸다.

산속 깊은곳에서...
얼기설기 이어붙인 판자집에서 뛰쳐나와..
더욱 비참한 모습으로.


이젠.....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Comments

★쑤바™★
제 기억속에 남아있는...
아주아주..오래된 기억이지요....
라라님 말처럼...
빛바랜 풍경화가 맞는 표현이네요.. 
:+)곤(+:
emoticon_007emoticon_008 
엄지얌~^^
ㅠ.ㅜ 
라라
아무도 살지 않는듯한..
무너질듯한 담장길을 돌아..
싸늘한 삭풍이 훑어내리는 깨진 기왓장을 얹은 그집에선..

저 혼자 붉어서 터져버릴 듯한 꽈리가....
앙상하게 메마른 가지에 촘촘히 앉아서...
거걱 거리는 붉은 아가리 벌린 채...
혼자만 붉다. 혼자만.

회색 먼지가 가라앉은...
오래된 나무마루에...누군가 앉은 흔적만 있고..
호흡하는 것들은 사라진지 오래.

창호지가 다 찢어진 오래된 여닫이문.
삐걱삐걱..소리만 요란하고..
빈 방안에선 어두운 운무만 뿌옇다.

너무 넓어서 어디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막 자란 억센 풀들이 난무하는 앞마당에는..
오래된 빈 우물이..
속 깊은 울음을 카랑카랑 토해낸다.

돌 틈 사이사이에 낀....
검붉은 이끼들은..
빈 우물 내려다보는 나에게도..
너무 축축하고 음습하다.

....
마음속이 스산해져 오네요.
외로워지기도 하고
빛이 바래버린 쓸쓸한 풍경화를 보는듯 합니다. 
★쑤바™★
아니...우문현답일세..그려~ 
거리
당신의 나머지 잔해들은 어쩔려고, 기억해야 추억이 되지...,
일명 : 동문서답..., ^^ 
초롱소녀
마음이 어딘가 찡한 글이네요.. 
★쑤바™★
슬픕니다.. 
KENWOOD
이제고마잊어,,,이오라방을,,,emoticon_003 
명랑!
킹콩이 배타고 올것같은 분위기...emoticon_055 
됫거든? -♪
호흡하는 것들은 사라진지 오래....
이 구절이 조음.... 근데 슬픔이 살포시~ ㅜㅡ 
Banner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